최근 '태광산업'이 꼼수 증자를 통해 27만 주에 달하는 자사주를 빼돌리려다 주주들의 거센 반발과 여론의 압박에 막혀 일단 멈추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는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주주들의 힘이 실제로 기업의 의사결정을 바꾸는 의미 있는 신호탄입니다. 그리고 이 변화의 중심에는, 우리 모든 주주들의 권리를 극적으로 강화할 '상법 개정'이 있습니다.
단순히 법 조항 몇 개가 바뀌는 것이 아닙니다. 이제껏 '회사'에만 충성하면 됐던 이사들이, 앞으로는 '주주'의 이익에도 충실해야 할 법적 의무를 지게 됩니다. 만약 이를 어기고 대주주의 이익만을 위해 회사의 가치를 훼손한다면(예: 헐값에 자회사 합병, 자사주 꼼수 매각 등), 주주들이 직접 소송을 통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리는 것입니다.
오늘은 내 돈이 들어간 회사의 경영을 감시하고, 부당한 결정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상법 개정'의 핵심 내용들을 알기 쉽게 요약해 드리겠습니다.
1. 이제 이사들은 '주주'에게도 충성해야 합니다
가장 핵심적인 변화입니다. 기존 상법에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은 오직 '회사'였습니다. 하지만 개정안은 이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합니다.
- 무엇이 달라지나?: 이사가 경영 판단을 할 때, 회사의 이익뿐만 아니라 전체 주주의 이익을 동등하게 고려해야 할 법적 의무가 생깁니다.
- 주주에게 생기는 힘: 만약 이사가 소액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고 지배주주에게만 이익이 돌아가는 결정을 내린다면, 주주들은 '충실 의무 위반'을 근거로 이사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됩니다.
2. 경영 감시, 시스템으로 강제됩니다
대주주가 이사회를 장악하고 거수기 역할만 하던 관행에 제동을 걸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대거 도입됩니다.
개정 내용 | 핵심 효과 |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 | 시간과 장소 제약 없이 온라인으로 주총 참여 및 의결권 행사가 가능해져 소액주주들의 참여가 활성화됩니다. |
독립 이사(사외이사) 강화 | '사외이사'가 '독립이사'로 명칭이 바뀌고, 이사회 내 비율이 1/4 이상으로 확대되어 지배주주에 대한 견제 기능이 강화됩니다. |
감사위원 분리선출 (3% 룰) | 대주주 입맛에 맞는 감사가 선임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합니다. |
3.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첫걸음
물론 상법 개정이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일부 기업들은 벌써부터 상장 폐지를 시도하거나, 교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자사주를 처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시작되었다'는 사실입니다. 태광산업의 사례처럼, 강화된 주주들의 목소리와 감시가 기업의 편법적인 행태를 막아내는 성공 사례가 쌓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들이 모여, 지배주주만을 위한 불투명한 경영 관행을 개선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이제는 우리 주주들이 두 눈을 뜨고, 법이 부여한 새로운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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