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제는 사회 총생산물의 배분이다.
경제는 크게 한 사회의 총생산물 중 사회의 몫을 (1인 1표라는 민주주의 원칙으로) 결정하는 정치 영역과 사회의 몫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을 개인 능력이나 돈의 힘 등에 따라 배분하는 시장 영역으로 구분한다. 현대 사회에서 사회 몫의 집행자는 정부이고, 사회 몫으로 배분된 자원이 바로 재정(자원)이다. 구체적으로 사회 몫은 치안과 국방, 생산활동을 지원하는 유. 무형의 인프라, 소득 재분배 등에 배분된다. 그리고 한 사회의 총생산물 중 사회 몫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 즉 사회 몫의 크기나 사회 몫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의 사회 몫의 내용은 한 사회의 민주주의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
2. 주류 학자들이 주장하는 효율
주류 경제학자들은 '사회 몫의 최소주의'를 주장한다. 야경 국가론, 재정 건전 주의(재정지출 최소주의; 국가채무 겁박론, 복지 망국론) 등이 그것이다. 재정(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문제와 재정(자원) 자체를 축소해야 한다는 말은 동의어가 아니고, 같은 내용이 아니다.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이들은 이 두 문제를 섞어서 사용한다. 사회 몫의 증가(재정지출의 증가)를 재정 자원의 남용과 등식화 한다. 비유하면, 돈을 많이 지출하면 돈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논리다.
3. 주류 학자들의 최소주의
이들은 심지어 사회 몫(재정지출)의 크기가 증가하면 미래 세대의 부담을 증가시킨다며 세대 간 갈등 문제로 연결한다. 이러한 논리는 기본적으로 '사회 몫의 증가=(정부) 부채 증가'라는 논리이다. 그런데 이 논리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존재한다. 첫째, 사회 몫의 증가는 기본적으로 세금 증가나 정부 활동 등에 의한 수입으로 해결할 수 있다. 세금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국민의 권한이다. (소비세 등 간접세를 제외하면) 세금은 기본적으로 돈을 많이 버는 사람(기업)이나 돈이 많은 사람(기업)이 더 많은 부담을 떠맡는다. 반면, 사회 몫이 증가할 경우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그 혜택은 취약 계층에게 많이 돌아간다. 둘째, 사회 몫이 증가할 경우 단기적으로 정부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 있지만, 증가한 사회 몫이 미래의 사회 총생산물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배제한다. 미래 총생산물이 증가하면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4. 최소주의의 한계
재정(지출) 최소주의를 주장하는 주류 경제학자들은 (침체나 불황, 경제위기 등) 시장에 의한 경제 운용이 한계에 직면했을 때 재정의 역할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것조차 브레이크를 거는 사회가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의 자칭 (학계, 언론, 관료 등) 엘리트들은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재정 최소주의를 주장하며 (시장=돈의 힘이 지배하는 세계의) 논리가 작동하는 (금융)대출에 떠넘긴다. 첨부한 그림에서 보듯이 대한민국은 팬더믹 기간 2년 동안 통화량이 가장 많이 증가한 국가 중 하나이다. 교과서적으로 보자면 중앙은행이 공급한 돈은 은행의 대출(신용 창출)을 매개로 시중 통화량의 크기를 결정한다. 기본적으로 은행 대출이 커질수록 시중 통화량은 증가한다. 은행 대출의 증가는 민간 부채의 증가를 의미한다. 한국에서 가계 부채와 자영업자 부채 등이 급증한 배경이다.
5. 정부와 중앙은행의 역할
자본주의 경제에서 핵심 문제는 돈의 배분이다.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기본적으로 돈이 잘 돌지 않는다. 따라서 돈이 (긴급히) 필요한 곳에 누군가 돈을 공급해야 한다. 민간 영역에서 돈을 공급하는 장치가 금융 영역(은행)이다. 공공 영역에서 돈을 공급할 수 있는 것이 정부이다. 은행이든 정부이든 이들이 공급하는 돈의 원천은 중앙은행이다.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하하는 방식 등으로 은행에 돈을 공급한다.(통화정책) 또한, 중앙은행은 정부 차입(국채 발행)을 지원함으로써 돈을 공급한다.(재정정책) 정부(공공영역)가 돈을 공급하지 않으면, 돈이 필요한 사람(사업체)은 은행(금융)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가장 적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해서 취약 계층과 부문 등에 무상 지원이나 무이자 등으로 빌려줄 수 있는 반면, 은행은 이자 장사를 한다. 중앙은행이 정부에 돈을 공급하든, 은행에 돈을 공급하든 통화량은 증가한다. 대한민국은 (정부와 은행자본의 이해관계의 산물인) 중앙은행도 너무 은행 자본에 경사되어 있다. (법정화폐 발행의 독점적 권한을 갖는) 중앙은행은 (정부에 세금을 내는 납세자인 국민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기구인 데 국민보다 은행을 위해 복무한다는 말이다.
6. 정치 존재의 이유
이상에서 보았듯이 민주주의와 정치가 실종된 사회에서 사회의 몫은 무력화된다. 대한민국이 '채무 노예'가 재생산되고, 부가 세습되는 세습 사회가 된 배경이다. 자본주의에서 돈으로 환산되는 경제 수치에는 돈의 배분 문제가 담겨 있다. 첨부한 수치들에서 그것이 보이고 그것을 바꾸려는 의식을 가진 존재만이 대한민국 헌법 1조 2항(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을 말할 수 있는 국민이다. 돈을 좇는 사람은 많아도 돈에 대해 모르는 사람 또한 너무 많다.
건국대 최배근 교수의 강의 내용이다. 팬데믹 과정중에 가정과 기업의 지원 그리고 방역 등의 재정 부담을 국가가 감내한 대다수의 국가들과 반대로 가계와 소상공인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전혀 없었으면서도 미 연준의 양적완화 및 경기부양 정책의 소산물로 자본시장과 부동산 시장에 너무 큰 거품이 생성된 한국 경제가 미 연준의 고금리 정책에 환율 하락과 물가상승이라는 숙제를 안고 어떠한 대처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엄중한 상황에서 은행과 정부의 기본 의무와 그 존재 이유를 바로 알고 현명하게 풀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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